해외특허출원, 어려워하지 마세요
특허는 이론적으로 전 세계에서 신규하고 진보성 있는 단 하나의 발명에 대해서만 등록을 허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특허성 판단의 기준인 신규성과 진보성의 판단 시 대비하는 선행기술의 범위가 전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해외특허출원에 대비해보면 2가지 면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제대로 심사한다면, 1국에서 특허가 허여된다면, 다른 국가에서도 대체로 특허가 허여되어야 합니다.
둘째, 반대로 1국에서라도 특허가 청구항 일부가 삭제/보정된 대로 등록되거나 등록이 거절된다면, 다른 국가에서도 좁혀진 청구항으로 등록이 허여되거나 또는 등록 자체가 거절되어야 합니다.
특허심사하이웨이 (PPH : Patent Prosecution Highway)
부담은 줄이고 과정은 더욱 빠르게!
이런 이론상 원칙을 활용해서, 1국에서의 심사 결과를 타 국에서의 심사에 반영해서 심사관의 심사부담을 줄여주고 출원인도 등록을 빨리 확보할 수 있게 한 제도가 “특허심사하이웨이 (PPH : Patent Prosecution Highway)입니다. 쉽게 말해 우선심사제도인데요. 1국에서의 심사 결과를 2국에서 반영하여 빨리 심사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1국의 등록 여부 그대로 2국에서도 등록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1국에서 이미 조사된 인용문헌과 등록이 허여된 청구항을 바탕으로 좀 빨리 등록 여부를 심사해 주겠다는 취지입니다.
해외특허출원 중 미국특허출원은 타 국가에서의 심사 결과에서 인용된 인용문헌을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IDS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그것과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미국은 타 국 심사사례를 모조리 제출하게 하는데도 최초 심사 결과 통지까지 2년씩 걸립니다만..)
기본 요건 및 제출서류
특허심사 하이웨이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1) 특허출원이 상대국 특허출원을 우선권 주장의 기초로 한 것 (PCT 출원의 국내 단계 진입 출원 포함)
2) 상대국 특허출원의 특허청구범위에는 특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청구항이 한 개 이상 존재할 것
3) 특허출원의 모든 청구항은 상대국 특허청에서 특허가능하다고 판단된 청구항과 동일할 것
4) 제1국가의 특허출원에 심사청구가 되어 있어야 할 것
제출 서류로는 상대국 1) 특허청에서 특허가능하다고 판단한 청구항과 2) 심사 관련 통지서, 그리고 3) 해당 심사 관련 통지서에 인용된 선행기술, 4)한국특허출원과 상대국 특허출원의 청구항 대응관계설명표가 필요하며 일부에서는 번역문도 함께 제출해야 할 수 있습니다.
PPH 신청 가능한 국가는?
모든 국가에서 PPH 신청이 가능한 것을 아닙니다.
현재 대한민국 특허청과 PPH조약을 맺은 국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본, 미국, 덴마크, 영국, 캐나다, 러시아, 핀란드, 독일, 스페인, 중국, 멕시코, 싱가포르, 헝가리, EPO, 오스트리아, 호주, 이스라엘, 스웨덴, 노르웨이,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대만, 필리핀, 콜롬비아, 에스토니아, 폴란드, 뉴질랜드, 유라시아, 페루,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가 있습니다.
PPH의 뜻밖의 효과는?
애초에는 신속심사나 우선심사의 일종으로 시행되었던 PPH는 뜻밖에 장점이 있습니다.
특허심사라는 것이 심사관이라는 개인이 하는 것인데다 “진보성”이라는 당최 기준을 정하기 어려운 특허성 판단의 어려움, 게다가 우선일을 기준으로 신규성과 진보성을 판단해야 하는 (즉 등록 결정 당시 (심사시)가 아닌 우선권 주장의 기초 출원일 대개 3년 정도 전) 곤란함 등등으로 사실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1국에서 특허가 허여되었다면 타 국에서도 이론상 등록이 허여되는 것이 타당한 특허제도의 특성을 고려할 때, 만약 1국에서 등록이 허여된 사실을 2국의 심사관이 알게 된다면?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2국의 심사관은 마음이 좀 쓰이는 것 같습니다. 분명히 조약 체결 당시 심사는 독자적으로 진행되며, 1국에서 등록되었으나 2국에서는 거절될 수도 있다,는 원칙에 모두 합의하였으나,
1국에서 특허가 이미 허여되었다면 2국 심사관도, “어쩌면 이 기술을 특허가 등록되어야 하는 것일지도 몰라. 내가 보기엔 진보성이 좀 약한 것 같지만, 같은 인용문헌을 놓고 1국 심사관은 등록을 허여했군… 그렇다면 나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등록 결정률이 높습니다.
통상의 우선권 주장을 수반한 출원보다 상당히 높은 확률로 청구항 삭제/감축이나 거절의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즉, 2국 심사관이 1국 심사관의 심사를 매우 많이 고려하는 것이죠. 그래서, 국가당 1, 2백 정도의 비용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면, 이미 국내 특허가 허여된 특허를 해외특허출원할 때는 PPH를 신청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PPH 단점도 있습니다
그런데 PPH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등록된 특허청구항 그대로 외국에 출원해야 합니다. 그래야 PPH신청을 인정받아서 빠르게 심사 받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국가마다 심사 경향이나 요구하는 명세서의 표현이 다르기 때문에 국가에 따라 명세서를 조정해서 출원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등록이 쉽지 않아 보이는 특허명세서의 경우는 PCT 국제특허출원도 하지 않고 우선권 주장만으로 해당 국가에 맞춰서 명세서를 다시 써서 번역하여 특허출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PPH를 이용하면 국내등록특허와 동일한 명세서로만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거절 이유 지적 시 이에 대응하는 방안이 좁아지게 됩니다. 보통 최초 출원 명세서는 넓은 권리를 모호한 표현으로 신청하고 심사과정에서 이를 좁히고 명확하게 하는 방법을 많이 씁니다. 권리범위를 최대한 넓히기 위한 것입니다. 우선권만 주장한 경우나 PPH를 아예 신청하지 않은 경우였다면 최초 출원한 국내특허출원 명세서를 기초로 훨씬 많은 내용을 해외출원시 담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PPH를 이용해서 등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종 완성된 등록특허명세서, 즉 좁힐 대로 좁혀진 명세서로 해외특허출원을 해야 하니, 해외특허청에서 재차 거절 이유를 지적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최초 명세서의 범위가 좁아지게 되고 따라서 거절이유 극복이 오히려 쉽지 않아질 수 있습니다. PPH가 이용하기 매우 좋은 제조이지만 항상 정답은 아닌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