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예전 같지 않다지만 K-beuaty 브랜드가 중국에서 성황 중인 것은 사실이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브랜드 모방 국가로, 타 국가보다 상표등록을 활용한 브랜드 관리가 필수다. 중국에서의 상표등록전략에 대해 집중 탐구해보자.
글_박소현 변리사(사랑특허법률사무소)
중국에서의 상표모방의 실태
작년 여름 휴가 직전, TOP3 클라이언트 사장님으로부터 급하게 전화가 왔다. ‘변리사님, 중국출원 하나만 봐주세요. 이거 우리 거랑 너무 비슷한데, 이게 어떻게 등록이 됐죠?’
서둘러 확인을 해보니, 3글자 중문상표에서 마지막 글자의 획수 하나만 추가된, 발음도 외관도 너무나 클라이언트의 선등록상표와 흡사한 상표가 며칠 전 등록완료되어 등록공고된 상태였다. 게다가 출원일로부터 출원공고결정까지 4개월 정도로 다른 사건에 비해 지나치게 심사기간도 짧았다.
순간, 보통 일이 아니라는 직감에 바로 조사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 모방등록권자는 중국 개인인데 이 건 모방상표 외 총 105개의 상표를 출원 또는 등록해둔 상태였으며, 그 중 1/3이 이 클라이언트의 상표와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하거나 분류만 다른 상표였다. 6개의 동일상표들은 지속적으로 거절되고 복심 및 재출원을 거듭하고 있었고, 너무 유사한 상표들 중 13개는 이미 등록이 완료된 상태였다.
내친 김에 분류 제한 없이 동일상표 조사를 시작했다. 이 모방등록권자 외에 2명의 중국 개인과 1개의 중국 회사가 클라이언트의 상표를 탐내는 중이었다. 중국협력사무소에 연락해서 분류 제한 없이 유사상표까지 조사해달라고 요청하고 결과를 받아보고 나니, 여름 휴가는 이미 취소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약 300여 개에 이르는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들이 전 분류에 걸쳐 출원 또는 등록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작년 여름은 이 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중국협력사무소 및 클라이언트와 긴밀히 협조하여 전략을 세우느라 다 보냈고 한 달 동안 문정동 테라타워에 열 번은 간 것 같다.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중국에 진출한 한국 브랜드가 흔히 겪는 일이다. 딱 한 번 상하이패션위크에 참가했을 뿐인데, 중국에 진출하려고 보니 이미 3년 전 상표등록이 완료되어 있었다거나, 중국 에이전트가 호기롭게 엄청난 물량의 수입 제안을 해와서 신나게 준비하다 문득 상표출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조사해보니 이미 그 에이전트가 상표출원을 해놓은 상태라 윽박지르고 달래가며 간신히 상표 양수를 받는다거나 하는 일 정도는 귀여운 수준이다.
한국 브랜드만 전문으로 등록해놓고 상표매매사이트에 올려 공개적으로 판매하는 전문 브로커 회사도 있는데, 정당상표권자가 양수 의사를 밝히면 중국인에게 판매할 때보다 세 배는 더 부른다. 그 상표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단 협상만 끝내면 오히려 브로커 회사들이 일 처리는 깔끔하다. 계약서부터 공증, 양도신청까지 일사천리다.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중국의 한국 브랜드 모방등록은 더 정교해지고 대범해지고 있다. 그들도 학습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중국 모방상표권자들의 특징은 상당수 실제로 사용까지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남의 상표를 모방해서 자기 상표로 삼고 실제로 제품까지 생산해서 중국 내에서 판매까지 한다. 상표는 창작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이며 따라서 먼저 등록하여 사용한 자를 보호하는 것이 원칙이다. 아무리 외국에서 유명한 상표라도 속지주의 원칙상 먼저 등록한 중국회사가 있고 그 회사가 실제로 사용까지 한다면, 그래도 상표법상 모방상표라고 할 수 있을까?
중국 모방 상표등록의 유형
중국에서의 한국 브랜드 모방 유형을 대략 나눠보면 다음과 같다.
유형1) 타 분류에 동일상표 등록
상표는 창작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상표권은 지정하는 상품에 한정하여 생기는 권리이며, 동일한 상표라도 지정한 상품이 비유사하면 등록될 수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니스조약에 따라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45개의 분류로 나누고 분류마다 수수료도 계산하고 상품 유사 판단의 큰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 즉 분류가 다르면 기본적으로 비유사한 상풍인 경우가 많다.
이 점을 이용해서 한국 유명 브랜드를 실 사용 상품과 전혀 무관한 분류의 상품을 지정하여 등록 받아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유명 화장품(제3류) 브랜드를 의류(제25류)에 등록 받아두는 식이다.
유형2) 분류는 같지만 유사군코드가 다른 비유사 상품에 동일상표 등록
그런데 분류가 같다고 상품이 유사하고 분류가 다르다고 상품이 비유사한 것은 아니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업을 단 45개 카테고리로 나누고 있다 보니, 같은 분류의 상품들끼리 어느 정도의 연관성 정도만 있을 뿐 유사로 보기는 힘든 상품들도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체중계는 둘 다 제9류에 속해있지만, 둘은 엄연히 완전히 비유사한 상품이다.
이렇게 분류와 상품 유사가 서로 무관하다 보니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에서는 상표심사에서 상품 유사 판단을 쉽게 하기 위해 모든 상품에 ‘유사군코드’를 부여하고, 유사군코드가 같으면 유사상품이라고 정하여 상표출원심사를 용이하게 하고 있다.
이 점을 이용하여 같은 분류 같은 상표등록인 것으로 보이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유사군코드가 다른 비유사상품에 등록되어 있는 모방상표등록이 아주 많이 있다.
중국상표심사에서는 화장품과 치약이 비유사한 상품으로 취급되는데 (둘 다 제3류이나 유사군코드 다름), 치약은 아무래도 생활용품에 속하다 보니 한국 화장품 회사들이 치약에까지는 상표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 이용해서 한국 유명 화장품 브랜드를 치약이나 세정제에 등록해둔다. 겉보기에는 중국회사에서 한국 유명 화장품 브랜드를 제3류에 등록해둔 것 같아 보이므로, 모르는 사람들은 중국회사가 한국 브랜드를 화장품에 상표등록을 해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정당상표권자인 한국회사도 혹시라도 분쟁이 생길까 전전긍긍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상표도 다 영업하려고 등록해둔 것인데, 상표법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딜러들이 타인 등록상표라고 하며 취급을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형3) 약간만 유사한 상표를 전 분류에 걸쳐 매우 많이 등록
상표는 동일한 것뿐만 아니라 유사범위 상표까지 등록을 저지하고 및 사용을 막을 수 있다. 상표 유사는 생각보다 범위가 넓어서, 외관, 발음, 뜻 3가지 중 하나만 유사해도 유사로 판단한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한 상표가 등록되어 있다면 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 (동일 유사한 상품을 지정한)는 당연 거절되며, 대개는 등록상표만 보유하고 있다면 크게 걱정할 일은 없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중국에 이미 상표등록을 확보해두었다고 해도 선등록상표와 외관상 발음상 상당히 유사하여 등록되어서는 안되는 상표가 종종 등록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는데, 2018년 기준 한 해 중국상표출원 건수는 약 740만 건으로, 수백 명 밖에 안되는 중국상표국 심사관들이 감당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많은 수라고 한다. 즉, 부실심사가 많다는 뜻이다. 또, 중국 특유의 소위 ‘활동’(꽌시를 이용한 로비)도 안될 등록을 되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부실심사가 워낙 많다 보니, 아주 조금씩만 다른 상표를 한 백 개 정도 동시에 출원하면 그 중 몇 개는 실수든 의도든 등록되게 마련이다. 여기서도 중국인들의 기질을 살짝 엿볼 수 있는데, 한 두 개 꼭 필요한 상표만 등록하는 한국기업들과 달리 중국기업들은 최대한 많이 넓게 중복하게 대량으로 상표도 등록한다. 브랜드라고는 4개 정도에 불과한 바이두가 보유하고 있는 중국상표등록이 1만 개가 넘어서 중국상표국 사이트에서 전체 조회가 되지도 않는다면 말 다 하지 않았는가.
중국 상표 모방 대응방안
그럼 이에 대해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네이밍 단계에서부터 국내 뿐 아니라 중국을 포함하여 등록가능성을 사전 검토하고 동시 출원
사업초기부터 해외에서의 영업 확장을 꿈꾸며 시작하는 중소기업은 거의 없다. 물 들어와야 노도 젓는 거지, 이 상품이 국내에서 성공할지조차 불투명한 상태에서 해외상표출원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브랜드를 보호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면, 그래서 한국에서 상표등록을 하려고 한다면, 그리고 상품이나 업 자체가 로컬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잘만 하면 성공할 수도 있는 아이템이라면, 이왕이면 중국에서도 한국에서와 같이 등록가능성 검토하고 출원도 동시에 하는 것을 권한다.
물론, 우선권주장이라하여 국내출원일로부터 6개월 이내 해외출원을 하면서 국내출원사실을 명시하면 국내출원일로 출원일을 소급해주는 제도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 중국상표출원은 4개월 안팎으로 심사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우선권주장을 염두에 두고 국내출원 후 6개월 후에 중국출원을 했다가 그 사이 모방출원이 생기고 그것이 등록까지 되어버리면 등록무효심판을 통하지 않으면 그 등록을 없앨 방도가 없다.
그냥 국내출원할 때 중국도 같이 가능성 검토하고, 같이 출원하는 것이 가장 속 편하다.
견련성 있는 모든 분류에 출원, 상품 지정은 폭넓게
국내출원은 꼭 사용할 상품에 대해서만, 실제 사용할 상표만 출원하는 것도 대부분의 경우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중국은 출원 전략을 잘 세우는 것이 좋다. 여력이 되면 가능하면 견련성 있는 모든 분류에, 상품 지정을 폭넓게 해서 출원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화장품 브랜드라고 한다면, 제3류 지정시 반드시 세정제나 치약, 향료 등도 지정하는 것이 좋고, 제44류의 미용업이나 제41류의 미용교육업, 더 나아가 제35류의 광고업, 판매대행업도 포함시켜두는 것이 안전하다. 더 적극적으로 한다면 견련성 있는 패션 관련 분류인 제14류의 액세서리, 제18류의 가방 등, 제25류의 의류, 제9류의 선글라스 등도 모방출원이 나오기 쉬운 분류이다.
또, 최근의 파마슈티컬 트렌드에 따라 제5류의 약제 및 건강기능식품도 출원해두는 것이 좋고, 제29류의 가공식품, 제21류의 미용용구나 제16류의 포장지 및 문구류도 생각해볼 수 있다.
선등록을 통해 타인의 후출원과 모방사용을 저지하는 것이 저비용이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명심하라.
여유가 있다면 유사변형상표도 출원
또한, 재정적 여유가 있다면, 약간씩 변형한 상표도 다양한 분류에 출원해두는 것이 좋다. 바이두가 괜히 상표등록을 1만개가 넘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중국에서 영어가 아닌 별도의 중문브랜드로 제품 제작해서 판매할 예정이라면, 부수가 약간씩 다른 유사한 글자들 (같은 발음의)의 출원은 반드시 고려대상이다. 흔히 중문 브랜드는 3,4글자가 많은데 앞 두 글자는 동일하고 마지막 1,2글자를 다양하게 변형하여 등록 받아두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된다.
모방상표등록 발생시 적극적으로 대응
만약 모방상표등록이 있고 그것이 직접적으로 영업에 장애가 될 것이 예상된다면, 분쟁이 무서워 피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좋다. 상표출원이 심사를 통과하여 공고되더라도 3개월의 이의신청 기간이 주어진다.
이의기간을 놓쳐서 등록까지 완료되어 버리더라도 등록무효심판이 가능하다. 물론, 어지간히 저명 상표고 중국에서의 충분한 사용자료가 없으면 등록을 무효시키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해외에서의 분쟁이니만큼 비용도 시간도 솔직히 부담된다. 그러나, 그거라도 해야 적극적인 권리 행사로 보고 가품 단속이나 에이전트와의 계약에서 유리하다.
다행히 정부에서 K브랜드 보호 사업의 일환으로 이의신청이나 등록무효심판 비용을 일부 보전해준다. 특허청 산하기관인 각 지역지식재산센터 (www.ripc.org), 한국지식재산보호원 (www.koipa.re.kr)에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코트라에서는 중국에 IP-DESK라는 지점을 두어 각종 민형사 행정 절차를 이용해 도와준다. (https://www.kotra.or.kr/kh/service/KHSBOE180M.html) 적극 활용하자.
무슨 수를 쓰더라도 중국에서는 반드시 상표등록을 확보
모방등록이 우수수 생겼더라도 가장 앞선 선등록이 자사 상표라면 크게 우려할 일은 없다. 다만 시간과 비용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만약 중국에 아직 상표등록을 확보하지 못했는데 위와 같은 모방출원들이 다수 발생한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소한의 상표등록은 확보하는 것이 좋다. 최소한의 상표등록이란 실제 사용하는 상품을 지정하고 있는 실제 사용상표를 말한다. 유사상품이나 유사상표들에 대해서는 여유가 있을 때 차차 고민해보아도 좋지만, 실제 사용상품에 대한 실제사용상표는 반드시 확보해야한다. 상표를 매매할 수도 있고, 다른 어떤 수를 쓸 수도 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
상표등록을 무사히 보유하였다면 모니터링을 게을리하지 말아야한다. 정기적으로 중국상표국 사이트에 접속하여 동일상표출원이 되지는 않았는지 너무 흡사한 상표가 등록된 것이 있지 않은지 검색해볼 필요가 있다. 영업에 방해가 될 정도의 모방출원이 발생하면 그 즉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다.
상표 보호에 다소 소극적인 한국기업과 달리 중국기업들은 상표등록 확보에 매우 적극적이며 타사의 브랜드를 모방하여 등록하거나 사용하는 것이 특별히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의식이 없다. 중국에서 영업을 해야하는 한국 회사라면 이 사실을 명심하고 최소한 중국에서만큼은 중국회사처럼 상표 관리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 이 글은 대한민국 No.1 에스테틱·스파매거진 <더시그니처매거진>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