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안녕하세요. 박소현 변리사입니다.

해외 전시회를 다녀오신 대표님들께 거의 빠짐없이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제품이랑 똑같이 생긴 게 부스 몇 개 건너에서 팔리고 있더라”, “현지 바이어가 우리 상표를 벌써 자기 이름으로 등록해 놨더라”. 처음 들으면 황당하고, 두 번째는 화가 나고, 세 번째부터는 그냥 체념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개별 기업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상대가 너무 넓고, 국경 너머라 손이 닿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번에 조금 다른 방식의 대응책이 나왔습니다. 지식재산처와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2026년 8월 24일부터 9월 11일 오후 6시까지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 1차 참여기업 모집공고(공고번호 26-P00001)를 냈습니다. 정부가 직접 상표권자가 되어 해외 73개국에 국가인증상표를 출원·등록하고, 심사를 통과한 기업에게 그 사용을 승인하는 제도입니다.

반가운 제도입니다. 다만 공고를 읽으면서 저는 한 문장에 오래 눈이 머물렀습니다. 참여 요건의 첫 번째 항목이었는데요. 오늘은 이 제도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주는지, 그리고 그 한 문장이 왜 중요한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정부가 상표권자가 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이 제도의 핵심은 상표권자가 개별 기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라는 점입니다. 지금까지는 각 기업이 자기 이름으로 된 명패를 들고 해외 시장에 나가 “제가 진짜입니다”라고 외치는 구조였습니다. 앞으로는 정부가 만든 공식 인증 도장을 제품에 함께 찍고 나가는 구조가 됩니다.

이 차이가 왜 중요한지는 위조품 단속 실무를 보면 바로 드러납니다. 해외에서 위조품을 막으려면 ① 그 나라에 등록된 상표권이 있어야 하고 ② 침해 증거를 모아야 하며 ③ 현지 세관이나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이 세 단계를 중소기업 한 곳이 감당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언어도, 비용도, 시간도 전부 벽이거든요. 실제로 상담 과정에서 “권리는 있는데 쫓아갈 힘이 없다”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국가인증상표는 권리자가 정부입니다. 그 상표를 위조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권리자로서 나설 수 있다는 뜻이죠. 상표법상 증명표장의 구조를 국가가 활용하는 방식인데, 정부가 최소한의 품질기준을 충족한 정품임을 증명해 주고 그 표장의 사용을 기업에 허락하는 것입니다.

2. 그래서 정부가 정확히 무엇을 해준다는 걸까요?

제도 설명이 추상적이면 판단이 안 되죠.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 공식 포털에 공개된 내용을 기준으로, 선정 기업이 실제로 받는 것은 네 가지입니다.

구분구체적으로 받는 것
① 국가인증상표 사용권정부가 권리자인 국가인증상표를 자사 제품에 부착할 수 있는 사용 승인. 기업이 자사 수출국을 지정해 신청한다
② 정품인증기술 도입한국조폐공사가 전담 기관으로 참여. 특수 보안 홀로그램 + AI 디지털 워터마크 + 1제품 1고유코드를 복합 적용. 도입 비용을 기업당 최대 2억 원까지 지원
③ 위조 모니터링 결과 제공전 세계 소비자의 정품인증 스캔 데이터를 분석해 자사 제품의 위조상품 유통 지역·규모를 정기적으로 제공. 침해 사실 확인과 분쟁 대응의 근거자료로 쓸 수 있다
④ 범부처 합동 대응국가인증상표 침해가 확인되면 지식재산처가 해외지식재산센터를 통해 실태조사를 하고, 관세청·외교부와 함께 현지 정부에 수사·단속과 통관보류를 요구

저는 ②와 ③의 조합이 실무적으로 가장 의미 있다고 봅니다. 정품인증기술 안내에 따르면 소비자는 별도 앱 설치 없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인증 마크를 비추기만 하면 정품 여부가 즉시 뜹니다. 같은 코드가 두 번 인증되면 그 순간 위조 의심으로 잡히고, 소비자가 그 화면에서 바로 신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침해 소송을 해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가장 어려운 게 “어디서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를 입증하는 일입니다. 위조품 유통 규모는 대개 추정치로 다투게 되는데, 스캔 데이터가 쌓이면 그 추정이 훨씬 단단해집니다. 단속을 정부가 대신해 준다는 점보다, 내 손에 증거가 남는다는 점이 더 실질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73개국이라는 숫자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98%를 차지하는 국가들이고, 지금 위조품이 심각한 나라뿐 아니라 앞으로 거점이 될 만한 나라까지 미리 넣어 선제적 보호망을 만든다는 취지입니다.

3. 왜 하필 지금 이런 제도가 나왔을까요?

숫자를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공식 포털은 K-브랜드 해외 위조상품 피해 규모를 OECD 2024년 기준 약 11조 원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로는 그로 인한 기업 매출 감소가 약 7조 원, 일자리 감소가 약 1만 4천 개로 추산됩니다.

상표 무단선점은 더 직접적입니다. 언론에 공개된 지식재산처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중국에서 우리 브랜드가 무단선점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만 1만 1,586건이고, 지난해 한 해에만 3,112건으로 2년 만에 2.4배가 됐습니다. 더 눈여겨볼 것은 중국 바깥입니다.

무단선점 의심 건수2023년2024년2025년
베트남313건1,503건1,872건
인도네시아1,350건2,485건
말레이시아106건610건

베트남은 2년 만에 6배, 말레이시아도 6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중국만 조심하면 된다는 이야기는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업종도 넓어져 프랜차이즈가 2023년 653건에서 2025년 1,973건으로, 화장품이 886건에서 1,708건으로 늘었습니다. 저희 사무소에도 “아직 수출을 시작도 안 했는데 현지에 이미 우리 상표가 등록돼 있다”는 상담이 꾸준히 들어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K-콘텐츠와 K-푸드의 인기로 ‘한국 브랜드’라는 사실 자체가 프리미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브로커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조금이라도 화제가 된 브랜드를 미리 선점해 두면, 나중에 그 기업이 진출할 때 권리를 되사가게 하거나 합의금을 받을 수 있다고 계산하는 것이죠.

4. 참여하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나요?

앞서 말씀드린, 제가 오래 눈이 머물렀던 그 문장이 여기 있습니다. 이번 공고의 참여 요건은 두 가지인데, 두 번째보다 첫 번째가 훨씬 중요합니다.

  1. 국가인증상표를 사용하려는 해외 국가에 자사 상표가 이미 출원 또는 등록되어 있을 것
  2. 생산 제품이 KC, HACCP 등 국내 품질인증 기준을 충족할 것

두 번째 요건은 제조 기반이 갖춰진 기업이라면 대체로 해결됩니다. 문제는 첫 번째입니다. 정부가 인증상표를 만들어 준다고 해서 내 브랜드 상표까지 대신 확보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거든요. 진출하려는 나라에 내 상표가 없다면, 애초에 이 제도의 입구에 설 수 없습니다.

저는 이 구조를 이렇게 설명드립니다. 국가인증상표는 내 집 대문에 다는 보안업체 스티커이고, 내 상표권은 그 집의 등기부입니다. 등기가 없는 집에 보안 스티커만 붙인다고 해서 그 집이 내 것이 되지는 않죠. 순서가 바뀌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만약 지금 주력 수출국에 상표 출원을 해 두지 않으셨다면, 이번 공고가 주는 진짜 메시지는 “지원해 보자”가 아니라 “지금 당장 출원부터 하자”입니다. 마드리드 국제출원을 활용하면 여러 나라를 한 번에 지정할 수 있고, 진출이 임박한 국가는 개별 국가 출원이 더 유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국가별 심사 기간과 사용주의·등록주의의 차이에 따라 전략이 달라지므로, 진출 계획과 함께 검토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5. 이 제도만 믿어도 될까요?

솔직한 제 견해를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매우 반가운 진전이지만 만능 방패는 아닙니다.

국가인증상표는 ‘이 제품이 한국 정부가 확인한 정품’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표지입니다. 즉, 정부가 나서서 다툴 수 있는 대상은 원칙적으로 ‘국가인증상표를 위조한 행위’입니다. 반면 현지 브로커가 우리 브랜드명을 자기 이름으로 등록해 버린 상황, 즉 상표 무단선점 문제는 여전히 그 브랜드의 주인인 기업이 이의신청·무효심판·불사용취소심판 같은 절차로 직접 풀어야 합니다. 이 둘은 싸움의 대상이 아예 다릅니다.

또 하나, 인증상표는 사용을 ‘허락받아’ 쓰는 권리입니다. 자기 상표권처럼 마음대로 처분하거나 라이선스를 줄 수 있는 성격이 아니고, 정해진 사용 조건과 품질 기준을 지켜야 유지됩니다. 증명표장은 그 표장을 사용할 자격을 갖춘 자에게 사용을 허락하는 구조인데, 뒤집어 말하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쓸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국가인증상표는 내 상표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얹는 한 겹의 방어막입니다. 기초 체력은 어디까지나 각 기업이 확보한 현지 상표권입니다.

6. 그래서 지금 무엇부터 하면 좋을까요?

수출을 하고 계시거나 준비 중인 대표님이라면, 이번 공고를 계기로 네 가지를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첫째, 주력 수출국과 향후 3년 내 진출 예정국을 목록으로 만들어 보세요. 막연히 ‘해외’가 아니라 나라 이름으로 적으셔야 다음 단계가 보입니다. 이 목록이 그대로 국가인증상표 신청 시 지정할 국가가 됩니다.

둘째, 그 나라들에 우리 상표가 출원 또는 등록되어 있는지 확인하세요. 누군가 먼저 선점해 두지는 않았는지도 함께 조회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문제가 발견되는 기업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셋째, 공백이 있다면 우선순위를 정해 출원 계획을 세우세요. 매출 비중이 큰 나라, 위조품 유통이 잦은 나라, 상표 브로커 활동이 활발한 나라가 우선입니다.

넷째, KC·HACCP 등 품질인증 보유 현황을 정리해 두세요. 이번 사업뿐 아니라 다른 수출 지원사업에서도 반복적으로 요구되는 항목입니다.

이 네 가지가 정리되어 있다면 1차 모집 참여를 적극 검토해 보셔도 좋습니다. 접수는 9월 11일 오후 6시에 마감되고, 신청은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 포털에서 회원가입 후 온라인으로 접수합니다.

■ 참고자료 · 신청 정보

· 모집공고(공고번호 26-P00001) :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 사업공고 바로가기 / 한국지식재산보호원 공고문 원문(PDF 첨부)

· 제도 안내 : 제도 소개 · 정품인증기술 및 정·가품 모니터링 · 인증기업·상품 조회

· 관련 보도 : 헤럴드경제 「지재처, 해외서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 운영」

· 문의 : 한국지식재산보호원 K-브랜드 정부인증TF 02-6196-2045 / ip_mark@koipa.re.kr

마무리하며

브랜드를 지키는 일은 원래 외로운 싸움이었습니다. 특히 해외에서는 더 그랬죠. 이번 제도처럼 정부가 직접 권리자로 나서서 함께 싸우겠다고 하는 구조는, 그 외로움을 조금은 덜어 주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떤 좋은 제도도 준비된 기업에게 먼저 열립니다. 이 제도의 문을 여는 열쇠는 결국 ‘진출하려는 나라에 등록된 내 상표권’입니다. K-브랜드라는 이름값이 커진 만큼, 그 이름을 지킬 권리도 함께 키워 두시길 바랍니다.

사랑특허법률사무소
박소현 대표변리사 드림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상담은 사랑특허법률사무소(www.sarangip.com)로 문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