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소현 변리사입니다.
요즘 디자인 실무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AI로 만든 디자인도 등록받을 수 있나요?” 몇 년 전만 해도 가정에 가까웠던 이 질문이 이제는 상담실에서 매주 나옵니다. 제품 스케치를 이미지 생성 AI로 수십 장씩 뽑아보고 그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다듬는 방식이 이미 디자인 현장의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죠.
이런 흐름 속에서 지식재산처가 2026년 7월 9일 「AI를 활용하여 창작한 디자인에 대한 출원가이드」를 배포했습니다. 주요국 동향과 현장 의견을 모아 AI 활용 디자인의 등록 가능 여부와 창작·출원·심사 단계별 유의사항을 정리한 안내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가이드는 “AI를 쓰지 말라”는 문서가 아닙니다. “AI를 쓰되, 흔적을 남기라”는 문서에 가깝습니다.
1. AI로 만든 디자인, 등록이 될까요?
됩니다. 가이드는 AI를 활용해 창작한 디자인이라도 디자인보호법상 등록요건 — 신규성, 창작비용이성, 공업상 이용가능성 — 을 충족하면 등록이 가능하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도구가 무엇이었는지는 그 자체로 등록의 문턱이 아니라는 뜻이죠.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손으로 그린 디자인과 캐드로 그린 디자인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붓이든 마우스든 프롬프트든, 법이 묻는 것은 “무엇으로 그렸는가”가 아니라 “결과물이 새롭고, 쉽게 생각해낼 수 없으며, 공업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입니다.
AI는 새로운 붓입니다. 다만 이 붓은 조금 특이해서, 혼자서도 그림을 그려버린다는 점이 문제의 출발점입니다.
2. 그렇다면 ‘창작자’란에는 누구를 쓸까요?
여기서부터 실무가 예민해집니다. 가이드는 출원서의 창작자란에는 자연인만, 출원인란에는 자연인 또는 법인만 기재하며, AI 모델의 명칭을 적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대목은 그 다음입니다.
사람의 실질적 기여가 없음에도 사람을 창작자로 기재해 등록을 받고 나중에 그 사실이 밝혀지면, 해당 디자인권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문장이 이번 가이드에서 가장 무거운 문장이라고 봅니다. 등록이 거절되는 것과 등록된 권리가 무효가 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니까요. 앞의 것은 돈과 시간을 잃는 일이지만, 뒤의 것은 그 권리를 믿고 쌓아 올린 사업 전체가 흔들리는 일입니다. 게다가 무효심판은 대개 분쟁이 벌어졌을 때 상대방이 걸어옵니다. 하필 가장 아쉬울 때 무너지는 구조인 셈이죠.
그러면 ‘실질적 기여’는 어디서 갈릴까요. 가이드는 꽤 친절한 예를 듭니다.

형상·비율·구성·색채 등 지배적 심미감에 영향을 주는 구체적 지시어를 입력하면서 결과물을 개선해 나갔다면 실질적 기여가 인정됩니다. 반면 “의자 디자인을 만들어줘” 정도의 포괄적이고 단순한 지시만 넣고, AI가 뱉어낸 결과물을 수정·재구성·편집·보완 없이 그대로 출원했다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건축주가 “예쁜 집 지어주세요”라고만 말했다면 그 집의 설계자는 건축주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벽은 통창으로, 처마는 30센티 더 깊게, 외장은 노출 콘크리트로”라고 지시하고 도면을 몇 번이고 돌려보냈다면, 그 집에는 건축주의 창작이 들어가 있는 것이죠. 프롬프트의 구체성과 반복의 흔적이 곧 창작의 증거입니다.
3. AI에게 보여준 순간, 내 디자인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가이드에서 실무자들이 가장 놓치기 쉬운 지점을 하나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이것을 고르겠습니다. AI 활용 과정에서 입력한 디자인 초안이나 제품 이미지가 AI 서비스의 학습데이터로 활용되어 외부에 공개될 경우, 디자인의 신규성이 상실될 수 있다는 대목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출시 전 신제품 도면을 무료 AI 서비스에 올려 “이 느낌으로 변형해줘”라고 했다고 해봅시다. 그 서비스의 약관이 입력 데이터를 학습에 쓴다고 되어 있다면, 여러분은 방금 자신의 미공개 디자인을 세상에 내놓았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자기 디자인의 선행자료를 만들어버리는 셈이죠.
그래서 저는 기업 상담에서 늘 두 가지를 권합니다.
- 미공개 디자인을 다루는 AI 도구는 학습데이터 활용 여부를 약관에서 반드시 확인하고, 가능하면 학습 제외(opt-out)가 되는 유료·기업용 플랜을 쓰십시오.
- 사내에 “어떤 AI에 무엇을 넣어도 되는가”에 관한 최소한의 룰을 문서로 만들어 두십시오.
디자인 보안은 이제 서버실이 아니라 프롬프트 창에서 뚫립니다.
4. 심사관이 “증명해 보세요”라고 하면, 무엇을 낼 수 있나요?
가이드는 심사 단계에서 사람의 실질적 기여가 의심되는 경우 심사관이 창작과정 기록, 창작자 확인서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거절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때 무엇을 낼 것인가는 출원한 다음에 고민할 일이 아닙니다. 창작하는 그 순간에 이미 결정됩니다. 가이드가 기록·보관을 권하는 항목은 창작 의도, 사용한 AI 모델, 프롬프트 로그, 그리고 선택·수정·재구성 과정입니다.
실무적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프롬프트는 지우지 말고 남기십시오. AI가 내놓은 여러 후보 중 무엇을 왜 골랐는지, 고른 뒤 어디를 어떻게 고쳤는지 중간 파일을 버전별로 남기십시오. 날짜가 찍힌 폴더 하나면 충분합니다. 언젠가 심사관 앞에서, 혹은 무효심판 심판정에서, 그 폴더가 여러분이 창작자임을 말해줄 유일한 증인이 됩니다.
증거는 만들어 두는 것이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닙니다.
5. AI가 그려준 이미지를 그대로 도면으로 내면 안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가이드는 AI 생성 이미지에 원근감, 조명, 배경 요소가 섞여 있거나 도면 간에 형상·비례가 일관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그대로 제출하기보다 선·면·비례·구성을 출원에 적합한 도면으로 수정·변경하라고 안내합니다.
이 지적은 실무적으로 매우 정확합니다. AI가 만든 정면도와 측면도는 각각 예쁘지만, 나란히 놓고 보면 같은 물건이 아닌 경우가 흔합니다. 정면에서는 손잡이가 둥근데 측면에서는 각져 있는 식이죠. 도면 간 형상·비례가 일관되지 않으면 공업상 이용가능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도면은 그림이 아니라 권리의 경계선입니다. 경계선이 흔들리면 권리도 흔들립니다.
■ 참고자료
· 가이드 : 지식재산처 「AI를 활용하여 창작한 디자인에 대한 출원가이드」(2026. 7. 9. 배포) — 지식재산처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보도 : 헤럴드경제 「지재처, ‘AI 활용 디자인출원 가이드’ 발간」 · 특허뉴스 「AI가 만든 디자인, 무조건 등록될까?」
· 근거 법령 : 디자인보호법 제33조(신규성·창작비용이성), 제2조 제1호(공업상 이용가능성), 제121조(무효심판)
정리하며
이번 가이드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세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 AI를 썼다는 사실 자체는 등록의 장애가 아닙니다. 등록요건을 갖추면 됩니다.
- 창작자는 사람이어야 하고, 그 사람의 실질적 기여는 구체적 지시와 수정의 흔적으로 증명됩니다. 이름만 올리는 것은 훗날 권리 무효라는 대가로 돌아옵니다.
- 미공개 디자인을 AI에 입력하는 순간이 곧 공개일 수 있습니다. 보안 관리가 곧 신규성 관리입니다.
AI는 디자인의 속도를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권리의 문법까지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법은 여전히 사람의 창작을 보호하고, 사람의 창작은 여전히 기록으로 증명됩니다.
결국 AI 시대의 디자인 보호는 화려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프롬프트를 남기고 중간 파일을 보관하는 성실함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오늘부터 폴더 하나를 만들어 두시길 권합니다. 그 습관이 언젠가 여러분의 권리를 지켜줄 것입니다.
사랑특허법률사무소
박소현 대표변리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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