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소현 변리사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특허 받은 제품”, “디자인 등록 완료”라는 문구를 보신 적 있으시죠? 이런 표시가 있으면 왠지 더 믿음이 가고 품질이 보장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많은 판매자들이 그 심리를 잘 알기 때문에 제품 포장이나 상세페이지에 지식재산권 표시를 적극적으로 씁니다.
문제는 그 표시가 사실이 아닌 경우입니다. 그리고 이건 생각보다 훨씬 흔합니다.
지식재산처가 2026년 2월 발표한 허위표시 기획 재조사 결과를 보면 숫자가 꽤 무겁습니다. 2025년에 적발된 판매자 2,507명과 제품 193개를 다시 들여다봤더니 1,263건이 또 적발됐습니다.
- 시정조치를 받은 판매자 중 86명(3.4%)이 같은 제품을 다시 유통했습니다 — 236건
- 더 심각한 것은 적발됐던 제품 193개 중 67개가 새로운 판매자를 통해 다시 시장에 나왔다는 점입니다 — 1,027건
허위표시 제품 10개 중 3개 이상이 여전히 시장에 돌아다니고 있다는 뜻입니다. 판매자를 잡아도 제품이 다른 계정으로 옮겨 다니는 구조인 것이죠.
오늘은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지재권 표시의 합법과 위법의 경계선을 짚어보겠습니다. 대부분은 악의가 아니라 몰라서 걸립니다.
1. 지재권 ‘표시’란 무엇이고, 왜 하는 걸까요?
특허법·상표법·디자인보호법은 권리자가 자신의 제품에 그 권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특허법 제223조가 특허표시에 관한 규정입니다.
표시의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것. 둘째, 잠재적 침해자에게 경고 효과를 주는 것이죠.
비유하자면 집 앞에 “CCTV 작동 중”이라는 표지판을 붙이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CCTV가 있다면 정당한 경고입니다. 없는데 붙여 놓으면 그때부터는 허위가 되는 것이고요.
2. 무엇을 점검해야 할까요? — 네 가지 요건
적법한 표시가 되려면 네 가지를 모두 만족해야 합니다. 실제 적발 유형과 함께 보시면 이해가 빠릅니다.

① 권리가 살아 있어야 합니다. 특허·실용신안·디자인은 연차료를 내지 않으면 소멸하고, 상표는 갱신하지 않으면 소멸합니다. 권리가 사라진 뒤에도 포장이나 상세페이지의 “특허 제품” 문구를 그대로 두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② 권리 유형이 정확해야 합니다. 특허는 “특허”, 실용신안은 “실용신안”, 디자인은 “디자인”입니다. 디자인등록을 “특허”라고 쓰는 것은 허위표시입니다. 소비자가 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있는 것으로 오인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③ 그 제품에 실제로 적용되는 권리여야 합니다. A 제품으로 받은 특허번호를 관련 없는 B 제품에 붙이면 안 됩니다. 제품 라인이 늘어날 때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실수입니다.
④ 번호와 상태가 정확해야 합니다. 출원 중이라면 “특허 출원 중(출원번호 제○○호)”처럼 출원 단계임을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출원만 해놓고 “특허 등록”이라고 쓰면 허위표시입니다. 거절된 출원번호를 등록처럼 표시하는 사례, 출원조차 하지 않고 “출원 중”이라 쓰는 사례도 실제로 적발되고 있습니다.
3. 실제로는 어떤 유형이 가장 많을까요?
재조사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이것입니다. 같은 제품을 다시 유통하다 적발된 236건 가운데 89.0%(210건)가 ‘소멸된 권리를 그대로 표시한’ 경우였습니다. 새로운 판매자를 통해 재유통된 1,027건에서도 68.5%(704건)가 같은 유형이었습니다.
위반 권리는 특허권이 압도적입니다. 재위반 건의 39.8%, 신규 판매자 재유통 건의 67.6%가 특허권 관련이었습니다.
이 숫자가 말해주는 바는 분명합니다. 대부분은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려던 것이 아니라, 한때 진짜였던 표시를 그대로 방치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특허를 받았고, 표시했고, 그 뒤에 연차료를 놓쳤을 뿐이죠. 그런데 법은 그 사정을 봐주지 않습니다.
허위표시는 의도가 아니라 상태로 판단됩니다. 어제까지 적법했던 표시가 오늘 위법해질 수 있습니다.
4. 허위표시, 어떤 처벌을 받을까요?
허위표시는 단순한 행정 위반이 아니라 형사처벌의 대상입니다.
특허법 제224조가 허위표시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제228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상표법과 디자인보호법에도 같은 취지의 처벌 조항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대목은 제재 방식의 전환입니다. 지식재산처는 재위반 횟수에 따른 단계별 제재 체제 도입을 추진하고, 중대·상습 위반자에 대해서는 형사고발까지 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력 강화, 위반 이력 데이터베이스화가 함께 예고됐습니다.
신상곤 지식재산처 지식재산보호협력국장은 이번 재조사가 제재 방식이 사후 단속 중심에서 상시 관리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보여주었다는 취지로 밝혔습니다. 실무자 입장에서 이 말은 이렇게 읽힙니다. 앞으로는 한 번 걸리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력이 남고 누적됩니다.
5. 오늘 바로 해볼 수 있는 점검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반나절이면 끝납니다.
- 우리 제품에 붙어 있는 모든 지재권 표시를 목록으로 만드세요. 포장, 라벨, 상세페이지, 카탈로그, 홈페이지, 전시회 부스 배너까지 전부입니다. 상세페이지만 고치고 포장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각 번호를 키프리스(KIPRIS)에서 조회해 현재 상태를 확인하세요. 등록 유지 중인지, 소멸됐는지, 거절됐는지가 바로 나옵니다.
- 권리 유형과 제품 대응을 대조하세요. 디자인을 특허라 쓰지 않았는지, 다른 제품 번호가 섞이지 않았는지 봅니다.
- 연차료·갱신 관리 담당자를 정해 두세요. 소멸이 허위표시의 89%를 만듭니다. 관리 주체가 없으면 반드시 놓칩니다.
- 유통 채널을 함께 점검하세요. 총판이나 리셀러가 예전 상세페이지를 그대로 쓰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 이름으로 나가는 표시는 결국 내 책임입니다.
■ 참고자료
· 발표 : 지식재산처 「지재권 허위표시 반복 위반에 강력 대응 나서」(2026. 2. 9.)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보도자료
· 보도 : 보안뉴스 「’소멸 특허권’ 허위 표시 등… 지재처, 1263건 적발」 · 정책브리핑 카드뉴스
· 신고 :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지재권 허위표시 신고센터 · 지식재산권 허위표시 신고제도 안내
· 근거 법령 : 특허법 제223조(특허표시)·제224조(허위표시의 금지)·제228조(허위표시의 죄) / 상표법 제233조(거짓 표시의 죄) / 디자인보호법·실용신안법에도 같은 취지의 조항
· 권리 상태 조회 : 특허정보넷 키프리스(KIPRIS)
정리하며
지재권 표시는 권리자의 정당한 권리이며 소비자와 신뢰를 쌓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다만 그 표시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순간, 같은 문구가 신뢰의 근거에서 제재의 근거로 바뀝니다.
제가 이 글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악의 없는 위반이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한때 진짜였던 표시를 그대로 둔 것, 관리 담당자가 바뀌면서 연차료를 놓친 것, 총판이 옛 상세페이지를 계속 쓴 것. 전부 흔한 일이고, 전부 형사처벌 조항의 사정거리 안에 있습니다.
내 제품에 붙은 지식재산권 정보가 지금도 유효한지, 권리 유형과 번호가 정확한지, 그 제품에 실제로 적용되는 권리인지 한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직한 표시가 결국 가장 안전한 브랜드 전략입니다.
사랑특허법률사무소
박소현 대표변리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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