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소현 변리사입니다.
지난 6월 말, 중국 쑤저우 중급인민법원이 흥미로운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중국의 밀크티 브랜드 몰리티(Molly Tea, 茉莉奶白)의 로고가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상표를 침해했다며 1,030만 위안, 우리 돈으로 약 20억 원의 배상을 명령한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화제가 된 것은 판결의 결론이 아니라 그 이후였습니다. 중국 관영매체와 온라인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거든요. 루이비통 모노그램의 네 잎 꽃 문양이 사실은 당나라 시대의 보상화(寶相華) 문양에서 유래한 것 아니냐, 서구 브랜드가 인류의 공유 문화유산을 사유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었습니다.
왜 중국 기업이, 중국의 수백 년 된 문양의 정신과 통하는 디자인을 썼다는 이유로 프랑스 회사에 1,000만 위안이 넘는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가
베이징일보(北京日報)
글로벌타임스는 당나라 자단목 비파에 새겨진 문양과 루이비통 모노그램을 나란히 놓은 사진을 실었습니다. 웨이보에서는 관련 게시물 조회수가 4억 회를 넘었고, “소송에서는 졌지만 민심을 얻었다”는 해시태그가 3천만 회 이상 조회됐습니다. 몰리티는 항소 의사를 밝혔고, 이 판결은 아직 1심입니다.
저는 이 사안이 단순한 해외 토픽이 아니라고 봅니다. 전통 문양을 브랜딩에 활용하려는 우리 기업에게, 그리고 자기 브랜드를 지키려는 기업에게 모두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 논쟁을 상표법의 언어로 풀어보겠습니다.
1. 상표권은 ‘문양’을 독점하는 권리일까요?
이번 논쟁의 뿌리에는 아주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루이비통이 네 잎 꽃 문양을 독점한다”는 인식이죠. 그런데 상표권은 그런 권리가 아닙니다.
상표는 미술품이 아니라 ‘표지’입니다. 상표법이 보호하는 것은 문양 자체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표지가 소비자에게 “이건 누가 만든 물건이다”라고 알려주는 기능입니다. 이를 출처표시기능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루이비통이 가진 권리는 “네 잎 꽃을 세상에서 아무도 못 쓰게 하는 권리”가 아니라, “지정상품 영역에서, 소비자가 루이비통으로 오인할 정도로 유사한 표지를 쓰지 못하게 하는 권리”입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가 ‘김’이라는 글자를 독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가 유명해진 뒤 누군가 같은 동네에서 같은 이름을 걸고 같은 장사를 시작한다면, 그건 이름 문제가 아니라 혼동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이번 판결을 정확히 읽으려면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몰리티의 로고가 당나라 문양을 닮았는가가 아니라, 몰리티의 로고가 루이비통 모노그램과 혼동을 일으킬 정도로 유사한가. 법원이 판단한 것은 후자입니다. 여론이 다투는 것은 전자고요. 두 진영이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며 언쟁하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법원은 루이비통 상표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지도와 식별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판단의 축으로 삼았습니다. 문양의 기원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인식이 기준이었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글로벌타임스는 당나라 자단목 비파에 새겨진 문양과 루이비통 모노그램을 나란히 놓은 사진을 실었습니다. 두 문양을 직접 비교해 보고 싶으신 분은 해당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 그렇다면 전통 문양은 아무나 상표로 등록할 수 있나요?
여기서 중요한 균형점이 등장합니다. 전통 문양이 퍼블릭 도메인, 즉 공유 자산이라는 지적 자체는 타당합니다. 수백 년 전 장인이 남긴 문양에 오늘날 특정인이 저작권을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저작권은 보호기간이 끝나면 소멸하니까요.
그런데 상표는 저작권과 문법이 다릅니다. 상표에서 관건은 ‘누가 먼저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식별력이 있는가’입니다.
| 저작권 | 상표권 | |
|---|---|---|
| 보호 대상 | 창작적 표현 그 자체 | 출처를 알려주는 표지로서의 기능 |
| 핵심 질문 | 누가 먼저 창작했는가 | 소비자가 특정 출처를 떠올리는가 |
| 존속 | 기간 만료 시 소멸(공유 자산이 됨) | 사용·갱신하는 한 반영구 |
| 전통 문양 | 보호기간 지나 누구나 사용 가능 | 재구성·축적하면 그 형태에 권리 발생 |
전통 문양 그 자체는 대체로 식별력이 약합니다. 태극 문양이나 단청 무늬를 있는 그대로 가져다 쓰면, 소비자는 그것을 특정 회사의 표지가 아니라 그냥 한국적인 장식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런 표장은 등록이 어렵거나, 등록되더라도 권리범위가 좁게 해석됩니다. 우리 판례도 식별력 없는 부분은 상표의 요부(要部)로 보지 않으며 유사 판단의 비교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립해 왔습니다.
반대로 전통 문양을 소재로 삼되 특정한 방식으로 재구성·양식화하고, 오랜 사용을 통해 소비자가 그 조합을 특정 브랜드로 인식하게 되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때 보호받는 것은 ‘전통 문양’이 아니라 ‘그 문양을 특정하게 배열한 그 브랜드만의 형태’입니다.
루이비통 모노그램도 이 틀에서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LVMH는 모노그램이 1896년에 만들어졌고 네오고딕 장식과 자포니즘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합니다. 문양의 뿌리가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든, 130년간 쌓인 사용의 결과 소비자가 그 배열을 보고 곧바로 특정 브랜드를 떠올린다는 사실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상표의 힘은 기원이 아니라 축적에서 나옵니다.
3. 그러면 ‘문화유산 독점’이라는 비판은 완전히 틀린 걸까요?
저는 그렇게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비판에는 법리로만 잘라내기 어려운 진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문화권에 오래 전해 내려온 문양이 있는데, 정작 그 문화권의 기업들은 이를 등록하거나 브랜드로 축적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사이 다른 나라 기업이 그 문양을 변형해 등록하고 수십 년간 사용하며 강력한 권리를 쌓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원래 그 문양과 함께 살아온 지역의 기업이 비슷한 것을 쓰려다 침해 경고를 받습니다. 법적으로는 흠잡을 데 없지만 정서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오는 것이죠.
이 간극은 상표 제도의 특성에서 옵니다. 상표는 ‘먼저 축적한 자’에게 유리한 제도입니다. 오래 쓰고, 널리 알리고, 꾸준히 등록한 쪽이 이깁니다. 문화적 기원은 이 저울에 잘 올라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논쟁의 교훈이 “외국 브랜드를 규탄하자”가 아니라 “우리 것을 우리가 먼저 권리화하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에도 한복 문양, 전통 매듭, 민화 모티프를 활용한 브랜드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그 문양이 우리 것이라는 사실은 권리를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권리는 출원과 사용이 만듭니다.
4. 우리 기업은 무엇을 챙겨야 할까요?
실무적으로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전통 문양은 ‘가져오기’가 아니라 ‘해석하기’로 접근하십시오. 원형 그대로는 식별력이 약해 권리로 서지 못합니다. 고유한 비례, 색채, 배열, 조합을 얹어 그 브랜드만의 형태로 만들어야 등록도 되고 보호도 됩니다. 전통은 재료이지 완성품이 아닙니다.
둘째, 문양이 전통에서 왔다는 사실은 침해 면책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의 몰리티는 로고의 문양적 뿌리가 무엇이었든 결국 1심에서 배상 명령을 받았습니다. 새 로고를 만들 때 “이건 전통 문양이니 괜찮겠지”라는 판단은 위험합니다. 반드시 주요 진출국의 선등록 상표 검색을 거쳐야 합니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는 패턴·모노그램을 광범위한 지정상품에 걸어두는 경향이 강해, 밀크티 로고처럼 의외의 지점에서 충돌이 생깁니다.
셋째,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다면 상표는 진출보다 먼저 가야 합니다. 상표권은 나라마다 따로 존재합니다. 국내에서 아무 문제 없던 로고가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남의 권리에 걸려 있을 수 있습니다. 브랜드를 알리고 난 뒤에 문제를 발견하면 그때는 로고를 바꾸거나 배상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둘 다 비쌉니다.
덧붙이자면, 이번 사건은 브랜드 평판이라는 또 다른 비용도 보여줍니다. 루이비통은 법적으로 이겼지만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는 상당한 반감을 샀습니다. 권리 행사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행사할지는 법률 판단만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 참고자료
· 사건 : 중국 쑤저우 중급인민법원 1심 판결(2026년 6월). 루이비통 모노그램 상표 침해 인정, 배상 1,030만 위안. 몰리티 항소 예정
· 보도 : Fortune 「Chinese tea chain’s $1.5 million trademark infringement loss to Louis Vuitton」 · AP / Washington Times · Global Times
· 배경 분석 : ContentGrip 「Molly Tea vs Louis Vuitton: the trademark fight behind the backlash」 · IIPLA
· 국내 참고 : 상표법 제33조(식별력), 제34조(부등록사유), 요부관찰에 관한 대법원 판례 법리
정리하며
이번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이것입니다. 오래된 문양은 누구의 것인가.
법의 대답은 다소 건조합니다. 문양 자체는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그 문양을 특정한 형태로 다듬어 오래 사용하며 소비자의 머릿속에 출처로 새긴 사람에게는 그 형태에 관한 권리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정서적으로 아쉬울 수 있는 대답이지만, 이 원칙은 반대 방향으로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우리 전통 문양을 우리가 먼저 해석하고 축적하면, 그 권리 역시 우리 것이 됩니다.
문화는 물려받는 것이지만, 권리는 만드는 것입니다. 물려받은 것을 지키고 싶다면 만드는 일을 미루지 않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사랑특허법률사무소
박소현 대표변리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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