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소현 변리사입니다.
“우리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사명으로 유명한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다름 아닌 기후환경 운동가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해 화제입니다. 상대는 ‘패티 고니아(Pattie Goni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드랙퀸이자 환경운동가입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파타고니아가 청구한 손해배상액이 단돈 1달러라는 사실입니다. 환경을 지키겠다는 회사가 환경운동가를, 그것도 1달러를 받겠다고 법정에 세운 사건. 언뜻 모순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보도를 따라가다 보면 언론이 잘 다루지 않는 사실이 하나 나옵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이미 2022년에 맺은 합의가 있었습니다. 이름을 쓰는 것은 허용하되, 상표등록을 출원하거나 브랜드 굿즈를 팔지는 않기로 한 약속이었죠. 그 합의는 2025년 9월까지 유지됐습니다.
즉 이 사건은 “착한 기업이 어느 날 갑자기 활동가를 공격한 이야기”가 아니라, 공존을 위해 그어둔 선이 어디서 깨졌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상표권자와 창작자 모두에게 가장 실용적인 교훈을 줍니다.

1. 파타고니아는 왜 단돈 1달러를 청구했을까요?
1달러라는 금액이 말해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소송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권리의 확인이라는 것이죠.
상표권은 한 번 등록하면 영원히 보장되는 권리가 아닙니다. 둑에 난 작은 구멍을 방치하면 결국 둑 전체가 무너지듯, 침해를 알고도 묵인하면 상표의 식별력이 서서히 약해지고, 나중에 정작 악의적인 침해자를 만났을 때 “왜 그때는 가만히 있었느냐”는 반박에 부딪히게 됩니다.
파타고니아도 공식 입장에서 이 점을 솔직하게 밝혔습니다.
특정 견해에 동의하는지 여부에 따라 우리의 권리를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파타고니아 공식 입장
다만 “1달러니까 부담 없는 소송”이라고 읽으면 오해입니다. 파타고니아는 손해배상 1달러와 함께 변호사비도 청구했고, 보도에 따르면 본안 재판에 이르기 전 증거개시(discovery) 단계만으로도 양측이 각각 100만~300만 달러의 소송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상징적인 것은 청구액이지 소송 자체가 아닙니다.
2. ‘패티 고니아’는 패러디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패티 고니아 측은 자신의 활동이 “장난스러운 패러디”이며 파타고니아 로고를 굿즈에 쓴 적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드랙 문화 자체가 패러디와 언어유희 위에 서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패러디라는 항변은 법정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까요?
미국 연방대법원은 2023년 잭 다니엘스 사건(Jack Daniel’s Properties v. VIP Products)에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패러디라 하더라도 그것을 자신의 상품 출처표시, 즉 ‘상표’로 사용하는 순간 표현의 자유에 기댄 보호는 약해진다는 것입니다.
패티 고니아가 무대 위 풍자에 머물지 않고 자기 이름으로 상표를 출원하고 굿즈를 판매하기 시작한 순간 사안의 성격이 달라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위 도해에서 검은 칸에 들어간 세 가지가 그 경계선입니다.
3. 우리나라라면 어땠을까요? — ‘루이비 통닭’ 사건
국내에도 좋은 비교 사례가 있습니다. 2015년 경기도에서 ‘루이비통닭’이라는 상호로 통닭집을 운영한 사업자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전개는 실무적으로 매우 시사적입니다.
- 루이비통이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을 받아냅니다. 위반 시 하루 50만 원의 간접강제금이 붙는 조건이었습니다.
- 사업자는 상호를 ‘차루이비 통닭’으로 바꿔 계속 영업했습니다. 우회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본 것이죠.
- 법원은 이를 위반으로 보았고, 29일치 간접강제금 1,450만 원이 확정됐습니다.
- 여기에 더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벌금 200만 원의 형사처벌까지 받았습니다.
흔히 “루이비통닭이 1,450만 원을 배상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는 손해배상금이 아니라 간접강제금입니다. 법원 명령을 어긴 날짜만큼 쌓인 돈이죠.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버티는 시간이 곧 비용이 되는 구조였다는 점 때문입니다.
우리 법에는 미국과 같은 명시적인 패러디 항변 규정이 없습니다. 상업적 사용이 결합된 패러디는 더욱 보호받기 어렵다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게다가 위 사건처럼 형사처벌까지 따라올 수 있다는 점은 국내 창작자들이 특히 유념하셔야 할 대목입니다.
4. 권리행사가 오히려 브랜드를 해칠 수도 있을까요?
법적으로 타당한 권리행사라도 평판이라는 또 다른 전장이 남아 있습니다. 패티 고니아는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합쳐 2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입니다. 그는 이 소송을 “기업이 활동가를 지우려는 시도”로 규정했고, 파타고니아의 환경 브랜드 정체성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프레임을 만들어냈습니다.
실제로 파타고니아는 2026년 6월 상표출원 철회, 로고 사용 중단, 굿즈 판매 중단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하며 합의를 시도했습니다. 패티 고니아의 답은 “No deal”이었습니다. 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재판까지 간다면 2027년 여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경고장 한 장이 하루아침에 SNS 위기로 번지는 시대입니다. 권리행사의 법적 타당성만 검토할 것이 아니라, 어떤 순서로, 어떤 톤으로, 어떤 출구를 열어두고 행사할 것인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5. 그렇다면 공존계약은 어떻게 써야 할까요?
이 사건이 특별한 이유는 공존계약이 이미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계약이 4년을 버텼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 수단이 유효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번 분쟁은 그 계약이 어디에서 흔들리는지도 함께 보여줍니다.
실무에서 공존계약을 검토하실 때 저는 세 가지를 챙기시라고 말씀드립니다.
| 점검 항목 | 왜 필요한가 |
|---|---|
| 허용 범위를 ‘행위’로 특정 | “활동에 쓰는 것은 허용”처럼 모호하게 적으면 굿즈·출원 같은 새 행위가 나타났을 때 다툼이 생깁니다. 출원·판매·광고·라이선스처럼 행위별로 적어야 합니다 |
| 서면과 공시 | 이번 사건에서 상대방은 “구속력 있는 합의는 없었다”고 다투고 있습니다. 사적 양해로 끝내면 4년 뒤 그 존재 자체가 쟁점이 됩니다 |
| 위반 시 절차 설계 | 바로 소송이 아니라 통지 → 시정기간 → 조정 순서를 미리 정해두면, 분쟁이 여론전으로 번지기 전에 출구가 생깁니다 |
6. 우리 기업과 창작자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브랜드를 가진 기업이라면, 일관된 권리행사 원칙을 세우되 상대방의 성격과 여론 지형을 반영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함께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일관성 없는 집행은 권리를 약화시키지만, 기계적인 집행은 브랜드 자산인 평판을 깎아냅니다. 두 위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실무의 몫입니다.
패러디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라면, 이 사건의 방아쇠가 소송이 아니라 ‘상표출원’이었다는 점에 주목하셔야 합니다. 풍자로 머물 때는 문제되지 않던 활동도, 상표를 출원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순간 상업적 사용으로 평가됩니다. 브랜드명을 정하거나 출원을 준비하신다면 반드시 선행상표 조사와 전문가 검토를 거치시길 권합니다.
유머와 침해의 경계는 생각보다 가깝습니다. 그 경계를 미리 확인하는 비용은, 경계를 넘은 뒤 치르는 비용보다 언제나 훨씬 저렴합니다.
■ 참고자료
· 사건 : Patagonia, Inc. v. Wyn Wiley(Pattie Gonia), 2026년 1월 제소. 손해배상 1달러 + 변호사비 청구. 2026년 8월 현재 진행 중
· 보도 : TIME 「What You Need to Know About Patagonia’s Lawsuit Against Drag Queen Pattie Gonia」 · Fortune · 헤럴드경제 「’착한기업’이 ‘드랙퀸’과 소송전 휘말린 사연」
· 합의 경과 : Gerben IP 「Pattie Gonia Rejects Patagonia’s Settlement Offer」
· 국내 사례 : 이데일리 「’루이비통닭’ 운영하다 형사처벌… “1450만원 지급하라”」 (2016)
· 미국 선례 : Jack Daniel’s Properties, Inc. v. VIP Products LLC (U.S. Supreme Court,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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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대표변리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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