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소현 변리사입니다.
아이스크림 통 하나가 회사를 무너뜨렸습니다.
미국 뉴욕동부연방지방법원(EDNY) Eric Komitee 판사는 2026년 7월 16일, 키토 아이스크림 브랜드 Rebel Creamery가 브루클린의 수제 아이스크림 브랜드 Van Leeuwen의 파인트 용기 외관을 악의적으로 베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2,378만 5천 달러, 우리 돈으로 300억 원이 넘는 금액의 이익 반환을 명했습니다. 여기에 해당 포장의 판매 금지와 포장 전면 재설계까지 명령했습니다.
Rebel은 항소했습니다. 그러나 한 달도 지나지 않은 8월 14일, 유타주 연방파산법원에 챕터11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월마트·크로거·세이프웨이 등 전국 대형 유통망에 들어가 있던 브랜드였습니다. 신청서에 기재된 자산은 약 1,378만 달러, 부채는 2,385만 달러였습니다. 부채의 거의 전부가 이 판결금이었죠.
상표등록이 아닙니다. 디자인등록도 아닙니다. 등록되지 않은 ‘용기의 생김새’ 하나였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을 통해 트레이드드레스(Trade Dress)라는 권리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우리 기업이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1. 도대체 무엇을 베꼈다는 걸까요?
법원이 보호 대상으로 인정한 Van Leeuwen의 트레이드드레스는 놀랄 만큼 단순합니다.
- 단색(monochromatic)으로 마감된 종이 파인트 용기와 그에 맞춘 같은 색 뚜껑
-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색감
- 첫 글자를 크게 쓴 검은색 필기체 레터링
- 그 외에는 요소를 덜어낸 여백 중심의 미니멀한 구성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별 요소가 아닙니다. 파스텔색을 쓴 아이스크림은 널려 있고, 필기체 로고도 흔하죠. 트레이드드레스는 이런 요소들이 결합되어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인상(overall impression)’을 보호합니다.
멀리서 걸어오는 친구를 얼굴이 아니라 걸음걸이와 실루엣만으로 알아보는 것과 같습니다. 눈코입을 하나씩 따져서 알아보는 게 아니라, 전체가 주는 느낌으로 아는 거죠. Rebel은 바로 그 실루엣을 가져왔다고 판단된 겁니다.
2. 등록도 안 했는데 어떻게 이런 권리가 생기나요?
이 부분이 우리 기업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지점입니다.
미국 연방상표법(Lanham Act) 제43조(a)는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상품의 출처를 혼동시키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즉 등록하지 않은 포장 외관도 요건만 갖추면 보호받습니다.
다만 요건이 있죠. 미국 연방대법원은 Wal-Mart Stores v. Samara Brothers(2000) 판결에서 중요한 선을 그었습니다. ‘상품 자체의 디자인(product design)’은 본질적 식별력을 가질 수 없고 반드시 2차적 의미(secondary meaning), 즉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입증해야 합니다. 반면 ‘상품의 포장(product packaging)’은 그 자체로 본질적 식별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Two Pesos v. Taco Cabana(1992)에서 레스토랑 인테리어가 보호받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죠.
이번 사건의 대상은 아이스크림 용기, 즉 포장입니다. Van Leeuwen이 유리한 트랙에 서 있었던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기능성(functionality) 심사도 통과해야 합니다. 그 형태가 상품의 기능이나 원가에 필수적이라면 보호되지 않습니다. 종이 파인트 용기라는 형식 자체는 기능적이지만, 파스텔 단색과 필기체 레터링의 조합은 기능과 무관한 선택이었습니다.
제가 실무에서 자주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등록이 없다는 것이 권리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미국은 사용주의 국가입니다. 시장에서 오래 일관되게 써온 외관은 그 자체로 힘을 갖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등록부를 아무리 뒤져도 안 나오는 권리가 시장에는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3. 2,378만 달러는 어떻게 나온 숫자인가요?
계산 구조를 보면 이 판결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 Rebel의 문제 제품 총이익 | 약 3,550만 달러 |
| 법원의 안분(apportionment) 감액 | 3분의 1 감액 — 키토·저당이라는 제품 카테고리 자체의 수요 기여를 인정 |
| 최종 인용액 | 2,378만 5천 달러 |
여기서 두 가지를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첫째, 입증책임의 방향입니다. 미국에서는 권리자가 침해자의 매출총액을 입증하면, 그다음부터는 “이 이익 중 침해와 무관한 부분이 얼마인지”를 침해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Rebel은 “우리 매출은 포장이 아니라 키토 컨셉 덕분”이라고 다퉜고 법원도 일부 받아들였지만, 3분의 1을 넘는 안분은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됐습니다. 입증에 실패한 만큼이 그대로 배상액이 된 셈이죠.
둘째, 이것은 ‘손해배상’이 아니라 ‘이익 반환(disgorgement of profits)’입니다. 권리자가 얼마를 손해 봤는지가 아니라, 침해자가 얼마를 벌었는지를 기준으로 토해내게 하는 구제수단입니다. 미국에서는 침해자의 고의성이 인정될 때 이 방식이 적용될 여지가 커집니다. 법원은 Rebel의 포장 개발 과정에 관한 증거를 살펴본 뒤 “우연의 일치”라는 항변을 배척하고 악의를 인정했습니다. 그 판단 하나가 배상액의 성격을 바꿔놓은 겁니다.
여기에 포장 전면 재설계 명령까지 더해졌습니다. 브랜드 정체성 전체가 그 디자인 위에 세워져 있던 회사에게는 금전 판결과 별개로 치명적인 부담이었습니다. 파산 신청은 그 결과였죠.
4. 한국에서도 같은 일이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다만 경로가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 등록되지 않은 상품 외관을 다투는 주된 근거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입니다. 크게 세 갈래를 봅니다.
| 조항 | 내용 | 관문 |
|---|---|---|
| 제2조 제1호 가목·나목 | 국내에 널리 인식된 상품·영업표지와 혼동을 일으키는 행위 | 주지성 입증 문턱이 상당히 높음 |
| 제2조 제1호 자목 |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하는 행위 | 주지성 불요 / 대신 시제품 제작일로부터 3년 기간 제한 |
| 제2조 제1호 파목 | 상당한 투자·노력으로 만든 성과의 무단 사용 (성과도용 일반조항) | 보충적 조항. 법원이 앞선 조항의 요건을 우회하는 통로로 쓰는 것을 경계 |
이번 사건에 가장 가까운 것은 가목·나목입니다. 다만 ‘널리 인식된’을 입증하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자목은 신제품 출시 직후의 카피 대응에 유용한 카드지만 3년이라는 시계가 돌아갑니다. 파목은 만능 열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쓰이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한국에서도 포장 외관은 보호됩니다. 그러나 미국처럼 등록 없이 곧바로 강력한 권리가 인정되기보다는, 주지성이나 기간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국내에서는 가급적 입체상표나 디자인권으로 ‘등록해 두는’ 전략을 함께 권해드립니다. 등록해 두면 그 관문을 건너뛸 수 있으니까요.
5. 그럼 우리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세 가지만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첫째, 미국 진출 전 경쟁사 패키지와의 유사성을 반드시 검토하세요. 상표 검색은 다들 하십니다. 그런데 포장 외관은 등록부에 없기 때문에 검색으로 잡히지 않습니다. 실제 매대와 온라인 스토어를 눈으로 확인하는 시장 조사(clearance)가 별도로 필요합니다. 특히 디자인 에이전시에 패키지를 맡길 때 어떤 브랜드를 레퍼런스로 잡았는지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악의를 인정한 근거도 포장 개발 과정에 남아 있던 흔적이었습니다.
둘째, 우리 것을 지키고 싶다면 일관성을 쌓으세요. 트레이드드레스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같은 색, 같은 서체, 같은 구성을 오래 유지할수록 권리가 단단해집니다. 반대로 시즌마다 패키지를 갈아엎으면 아무것도 축적되지 않죠. 마케팅의 ‘새로움’과 법무의 ‘일관성’이 부딪히는 지점인데, 저는 골격은 유지하고 변주만 주는 방식을 권합니다.
셋째, 증거를 모아두세요. 사용 개시일, 매출 추이, 광고 집행 내역, 언론 보도, 소비자가 “그 파스텔 용기”라고 지칭한 SNS 게시물까지. 2차적 의미와 주지성은 결국 이런 자료의 축적으로 입증됩니다. 분쟁이 터진 뒤에 만들 수 있는 자료가 아닙니다.
■ 참고자료
· 판결 분석 : Loeb & Loeb 「Court Awards $23.8 Million Over Trade Dress Infringement Claims」 · Shook, Hardy & Bacon 식음료 소송 업데이트
· 파산 신청 보도 : Fox Business 「Rebel Creamery files Chapter 11 with $23.8M Van Leeuwen judgment on appeal」 · Utah Business
· 판결금 회수 쟁점 : Mondaq 「Winning $23.8 Million Is One Thing. Collecting It Is Another」
· 관련 국내 판례 : 사랑특허 전문가칼럼에서 부정경쟁방지법 형태모방 사건도 다루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이 사건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브랜드의 가치는 상표등록증 안에만 있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매대에서 3초 만에 알아보는 그 생김새, 거기에 진짜 자산이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산은 남의 것이기도 합니다. 등록부에 없다는 이유로 “가져다 써도 되겠지”라고 판단하는 순간 회사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이 보여주었습니다. 300억 원과 파산. 아이스크림 용기 하나의 대가로는 너무 무거운 청구서였습니다.
패키지 디자인을 새로 준비하고 계시거나 해외 진출을 앞두고 계시다면, 출시 전에 한 번 점검받으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사후 대응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사랑특허법률사무소
박소현 대표변리사 드림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상담은 사랑특허법률사무소(www.sarangip.com)로 문의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