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소현 변리사 입니다.
자기 이름을 구글에서 검색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만약 검색결과 상단에 제3자가 올린 비방성 게시물이 떡하니 나타난다면, 그리고 그 이름이 애써 등록해 둔 상표라면 어떤 생각이 드실까요? “구글이 내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해 나를 깎아내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어질 법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뮤지션이 그런 이유로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2026년 9월 22일 미국 연방 제9순회항소법원이 최종적으로 그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을 통해 상표권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그리고 우리 법원은 온라인에서의 상표 사용을 어떻게 갈라 왔는지 짚어보겠습니다.
1. 무슨 일이 있었는가
미국의 뮤지션 베네딕트는 자신의 이름 “Lance Benedict”를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매니지먼트 서비스에 관하여 상표로 등록해 둔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3자가 온라인에 올린 자신에 대한 비방성 게시물이 구글의 일반 검색결과에 계속 노출되자, 구글이 자신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검색엔진과 애드워즈 광고를 통해 자신의 이름이 무단 사용되었다는 주장이었죠.
1심인 애리조나 연방지방법원은 2024년, 베네딕트가 미국 상표법이 요구하는 ‘상업적 사용’을 제대로 주장하지 못했다며 소를 각하했습니다. 그것도 다시 고쳐 낼 수 없는 확정적 각하였습니다. 베네딕트는 항소했지만, 제9순회항소법원은 2026년 9월 22일 약식판결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2. 왜 ‘검색결과에 보여준 것’만으로는 침해가 아닐까?
항소법원의 논리는 명확합니다. 상표법은 등록상표의 모든 무단 사용을 금지하는 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2005년의 자기 선례를 인용하면서, 상표 침해가 성립하려면 문제된 사용이 상업적 거래와 결부된 사용이어야 한다고 확인했습니다. 검색엔진이 제3자가 작성한 콘텐츠를 검색결과로 보여주는 것 자체는 상업적 거래와의 연결고리가 없다는 것이죠.
흥미로운 부분은 그다음입니다. 베네딕트는 항소심에서 검색결과 노출 쟁점 대신, 구글이 애드워즈 광고에서 자신의 상표를 광범위하게 사용해 왔다는 쪽으로 주장의 무게를 옮겼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의 소장에 애드워즈에 관한 “산발적이고 단절된 언급”만 있을 뿐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구글이 상표권자의 상표를 경쟁사에 검색 키워드로 판매한 행위가 문제되었던 2009년의 다른 판결과는 사안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고, 항소심에서 비로소 새로운 법리 구성을 들고나오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3. 우리나라라면? 온라인 상표 사용의 인정과 부정, 그 경계선
우리 상표법은 ‘상표의 사용’을 조문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 다목
“상품에 관한 광고·정가표·거래서류, 그 밖의 수단에 상표를 표시하고 전시하거나 널리 알리는 행위”
핵심은 형식이 아니라 기능입니다. 온라인 화면 어딘가에 표장이 보인다고 전부 상표의 사용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표시가 거래통념상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를 나타내는 기능을 하는지, 상업 활동과 결합되어 있는지를 봅니다. 우리 법원이 온라인 사안에서 그어 온 경계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상표적 사용이 부정된 사례
| 매체 | 사안 | 판단 포인트 |
|---|---|---|
| 도메인이름 | viagra.co.kr로 웹사이트 운영. 사이트에서 판매한 제품에는 별도 상품표지 부착 | 도메인은 사이트로 유인하는 역할일 뿐. 사용태양과 연결된 화면 내용을 전체적으로 보아 출처표시 기능을 판단 |
| SNS 계정명 | 인스타그램 아이디·이메일·블로그 주소에 등록상표와 같은 명칭 사용(상업활동 결합 없음) | 상품·영업과 연결점 없는 사적 사용은 자타상품의 출처표시가 아님 |
상표적 사용이 인정된 사례
| 매체 | 사안 | 판단 포인트 |
|---|---|---|
| 도메인이름 | koreatimestoday.com 도메인으로 뉴스서비스 제공 | 도메인 자체가 서비스의 출처표시로 기능하면 서비스표적 사용 |
| 키워드 검색광고 | ‘VSP 엔티씨’를 포털 스폰서링크 검색결과 화면에 표시 | 검색결과 화면의 시각적 정보 전달도 ‘광고’에 해당하여 상표의 사용. 다만 결론은 표장 비유사로 권리범위 불속 |
| 키워드 검색광고 | ‘노리마루’를 네이버 파워링크 광고에 사용 | 상표적 사용과 침해 인정, 법정손해배상 3천만 원 |
| 유튜브 채널명 | 등록상표와 유사한 표장으로 채널명 변경(수익화된 사업 활동) | 채널명 사용 자체를 상표의 사용으로 인정. 다만 지정서비스업 비유사로 신청 기각 |
| SNS 광고·라이브 커머스 | 인스타·블로그·유튜브와 라이브 방송 발화로 ‘리보니’ 표장 사용. 제품에는 별도 라벨만 부착 | 광고에서의 사용이 출처표시로 기능. 제품에 별도 라벨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뒤집히지 않음 |
경계선이 보이시나요? 부정된 사례는 모두 표지가 출처표시나 상거래와 연결되지 않은 경우이고, 인정된 사례는 온라인 표시가 소비자에게 출처를 알리는 상업적 맥락에 있던 경우입니다. 흐름도 읽힙니다. 초기 도메인 판례는 화면 속 실제 상품표지를 기준으로 사용을 부정했지만, 키워드 검색광고 판결이 검색결과 화면 자체를 광고로 포섭했고, 최근의 SNS 커머스 판결은 소비자가 제품 라벨이 아니라 인플루언서의 발화와 게시물로 출처를 인식한다는 거래실태까지 반영해 라이브 방송의 구두 발화까지 상표의 사용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라면 베네딕트가 이겼을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위 표에서 인정된 사례들은 모두 광고주나 판매자가 자기 상품과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표장을 쓴 경우입니다. 검색엔진이 제3자의 게시물을 알고리즘에 따라 기계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부정된 사례들과 같은 축, 즉 출처표시로서의 사용이 아닌 쪽에 놓입니다. 결론은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4. 전문가 견해: 판결은 타당하지만, 세 가지를 짚고 싶습니다
첫째, 결론은 법리적으로 타당하다고 평가합니다. 상표법은 출처 혼동을 막는 제도이지, 온라인 평판을 관리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이 경계가 무너지면 검색엔진은 모든 검색결과에 대해 상표 책임을 걱정해야 하고, 정보 유통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그럼에도 당사자의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 실무에서도 “제 브랜드를 검색하면 나쁜 글이 먼저 떠요”라는 상담이 적지 않게 들어옵니다. 이런 문제의 본질은 상표가 아니라 명예훼손입니다. 게시물 작성자를 상대로 한 민형사 조치,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 요청처럼 결이 맞는 수단을 찾아야지, 상표권으로 검색엔진을 압박하는 접근은 이번 판결처럼 출발점부터 어긋나기 쉽습니다.
셋째, 소송 전략의 교훈입니다. 미국 항소심은 1심에서 제대로 다투지 않은 새 이론을 원칙적으로 받아주지 않습니다. 우리 민사 항소심은 속심이라 사정이 조금 낫지만, 때늦은 공격방어방법은 각하될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 첫 소장에서 침해 이론을 정확히 세우는 것이 승부의 절반입니다.
5. 정리하며: 검색결과 때문에 고민이라면
1) 내 상표가 ‘노출’된 것인지, 누군가 ‘출처표시로 사용’한 것인지부터 구분해 보십시오. 전자는 상표 침해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2) 경쟁사가 내 상표를 검색광고 키워드나 광고문구, 계정명으로 쓰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위 표의 인정 사례처럼 상표의 사용으로 인정될 여지가 크니, 검색 일시가 나오도록 화면을 캡처해 두십시오.
3) 비방 게시물이 문제라면 상표가 아니라 명예훼손과 임시조치의 영역입니다. 대응 수단을 잘못 고르면 시간과 비용만 잃습니다.
4) 판단이 서지 않으면 문제되는 검색어, 검색결과 캡처 화면, 상표등록번호, 게시물 URL 목록을 정리해서 알려주십시오. 어떤 수단이 맞는지부터 함께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이번 판결은 판례집에 싣지 않는 비공식 선례로 지정되어 선례로서의 구속력은 제한적입니다. 그래도 검색엔진을 상대로 한 상표 주장에서 ‘상업적 사용’ 요건이 얼마나 단단한 관문인지 다시 확인해 준 사건입니다. 유사한 국내 분쟁 사례가 나오면 다시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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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특허법률사무소
박소현 대표변리사 드림



